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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金BAR李

조셉의원 2008. 6. 11. 17:45

 

   多金BAR李

 

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광어나 돔같은 것들에 비하면

내 몸값은 꽤 비싸게 친다.

‘난 너희들하고는 육질이 달라.’

그들과 한통속에서 같은 물을 마신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바다에서 살 때에는

힘센놈이 왕이었지만

여기서야 잘나가는 놈이 왕이지.

싸구려는 가라!

 

하기사 누가 뭐래도

그때가 좋긴 좋았지.

먹을것이 부족하고 추위에 떨었지만

넓은 세상에 살 때가 그리워진다.

그렇다고 지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배부르고 따듯하니

만사 편하지.

단지 차례가 되면

산채로 분해되어

임자들 뱃속으로 씹혀들게 되지만

나를 맛있게 먹어주기만 한다면

그것도 그리 나쁠건 없지.

한번가지 두번가나?

상어한테 잡아먹히나 사람한테 잡아먹히나.

그래도 사람들은 나를 높게 쳐주니

기왕 갈거 대우받고 가는게 낫지.

 

훤칠한 아저씨 세분이 들어선다.

안경너머로 우리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우리는 너나없이

유연한 나체로 뽐내며 수영한다.

‘나를 보세요, 나를! 얼마나 맛있다구요!’

그들의 시선이 내게서 멈춘다.

주인아저씨는 그들과 뭔가 쑥덕대더니

그물망을 갖고 내게로 온다.

난 헤프게 보이긴 싫어

요리조리 내뺀다.

아저씨는 능숙한 솜씨로

나를 낚아채고는 값을 부른다.

나는 신선도를 확인시켜 드리고자

팔딱 팔딱 뛰어보인다.

 

흥정이 끝나고

아저씨는 내 배를 가른다.

아프다. 하지만

괜찮다. 나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아저씨 또한 먹고 살아야잖겠나.

내 한몸 팔면 여러사람 좋은데.

단지 내 마음 알아나 주었으면 한다.

나의 살이 다 떠지고

심장도 떨어져 나갔지만

아직 정신은 남아있다.

손님들은 나를 맛있게 먹는다.

‘맛있어요?’ 내가 묻는다.

손님들은 대꾸도 없이 웃고 떠드는데 정신이 없다.

‘맛있어요?’ 더 크게 묻지만 여전히 대꾸가 없다.

‘맛있게 드세요’ 하고 만다.

 

정신이 몽롱하다.

난 이제 뼈만 남았다.

조금 있으면 난 펄펄 끓는 탕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탕도 맛있게 끓여져야 할텐데.

상어한테 잡아먹힌 언니가 떠오른다.

곧 언니를 만나게 되겠지.

언니도 나처럼 아팠을까?

 

뜨겁다.

 

 

 

 

990423 조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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